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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JUNE

일상과 그림 보관소

제이컵을 위하여

jacob

이미지 출처: 리디북스

장르는 법정/심리 스릴러. 사실 읽은지는 좀 되었지만, 인상이 강하게 남아서 감상문을 쓰고 있다…전자책으로 최근에 접한 편이지만 종이책으로는 나온지 꽤 몇년 된 책인 듯.

****상당수의 스포 있을 수 있습니다****

어느 날 중산-상류층들이 사는 평화로운 동네의 한 공원에서 14세 소년이 살해당한 채 발견되고, 곧 지방 검사인 주인공 앤디의 아들 제이컵이 용의자로 몰리게 된다. 애타게 무죄를 주장하며 아들을 보호하려는 부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모든 상황은 불리하게만 돌아가고, 그간 몰랐던 아들의 진면목이 속속 드러난다. 마침내 나도 앤디도 제이컵은 유죄 판결을 받을 수밖에 없는가…할 때 갑자기 뜻밖의 상황이 전개되고…

무미건조한 문체가 참 무뚝뚝하게 느껴졌고, 특히 처음 시작 부분은 뭔가 한창 진행중인 이야기 도중에 난입한 듯 뜬금없기도 해서 잘 몰입하지 못했으나…(사실 나중에 보니 이런 이유가 있었다) 어느새 조금이라도 실마리를 더 알고 싶어서,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해서 빠져들고 말았었다.

읽고 난 직후 온갖 생각이 든다. 과연 제이컵은 유죄일까? 무죄일까? …국내 리뷰 검색으로는 특별히 의견 교환들을 볼 수 없길래 나도 다른 분들처럼 Is Jacob guilty? 같은 걸로 구글 검색까지 해봤었는데… 해외서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아무래도 제이컵은 유죄인 것 같다는 쪽이 지배적이었다.

소설은 흥미진진하게, 배심원들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 궁금하도록 잘 끌어간다. 다만 점점 줄어드는 남은 분량을 보며 과연 어떻게 이 상황을 풀어갈까 걱정되기 시작한다…그런데 갑자기…응!? 이렇게 싱겁게 해결? 끝? 하는 느낌으로 비현실적으로 맥빠지는(..) 클라이막스가 휙 지나가고는 그대로 끝나려는 듯 하다가…갑자기 짧고 빠르게 막판에 몰아치더니 충격적인 결말로 향한다.

내내 아버지인 앤디의 시선만으로 상황 파악을 하고 제이컵을 비롯한 인물들을 봐야만 하는데…문제는 이 분이 애초에 객관성을 상당히 상실하고 있는 모습이라, 소설에 이렇게 쓰여져 있으니 이건 사실이라고 확신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이런 부분이 작가가 의도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인물들은 분명 선량하고 절박한 보통 부모지만, 좀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제이컵이 무죄라는 사실을 굉장히 맹목적으로 믿고 아들 보호에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아버지 앤디…그야 아들이 살인 용의자로 몰리면 누구나 믿고 싶지 않고 인정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옹호가 먼저일 것이다. 누구나 그러리라 예상할 수 있고, 지극한 부성애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언뜻 언뜻 보이는 태도는 꽤 의심스럽다. 제이콥을 보호하려는 것조차도 혈통의 문제-살인마 기질과 폭력성을 부정하여 궁극적으로는 그저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앤디도 뭔가가 결여된, 결국은 제이컵처럼 좀 문제가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 앤디는, 작품 내내 ‘아들은 평범한 소년일 뿐이다, 이상한 부분은 없었다, 나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 고 지나치게 강하게 주장한다. 아내 로리가 조심스럽게 ‘사실 아들이 어릴 때 문제가 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하자, 정말 무섭게 부정하며 어떻게든 입을 닫게 하려고 필사적인데, 그 대목의 앤디의 태도는 좀 이상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말과는 달리 정작 앤디의 행동들을 보면 아들을 믿는 것 같지도, 문제를 몰랐던 것 같지도 않다. 아들이 그렇게나 결백하다면, 애초에 왜 그런 증거인멸이 필요할까? 그 외에도, 아들을 커버하겠다며 여기저기 나서 보지만 딱히 재판에 도움되는 일은 하지 못한다. 그 과정에서 읽는 사람이 아슬아슬할 정도로 난폭함을 드러내기도 하며…오히려 일을 망치고 있는 듯한 앤디, 정말 갑갑했다.

아내 로리는 아들에게 마냥 맹목적인 앤디와는 반대로 제이컵을 의심한다. 물론 로리 쪽의 행동도 좀 이상하긴 마찬가지(..) 로리는 오랫동안 아들을 지켜보며 아들의 묘한 태도를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다. 불안해 하면서도 모성애 때문에 그녀 역시 아들을 보호하고자 증거 조작을 시도하는데, 이 경우는 그 방식도 공감이 가지 않을 뿐더러 너무나 어설프다. 솔직히 의미를 모르겠다(..)

앤디의 계속되는 로리 찬양에 따르면 로리는 너무나 완벽한 여자, 추악한 가문의 그림자에서 자기를 구원한 선 그 자체이며 구세주라지만……정작 책 속에서 보이는 로리는 모두에게 사랑만 받는 것이 당연한 듯 여기는 여자로 보인다. 거기에 가족들 사이에서는 꼭 대장 노릇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듯하고, 강박적이고 신경질적인 데가 있어 보여 의외였다.

하지만 그래도 로리 쪽이 앤디보다는 좀더 정상적이고 현실감 있어 보이며, 이해도 가는 편이다. 앤디가 가족력을 숨기고 결혼하는 바람에 속아서 강제로 이상한(?) 가족의 일원이 된 것도 서러운데…, 제이컵은 너무 의심스럽고 남편은 너무 맹목적이라(..) 아무와도 터놓고 지내지 못하게 되어 소외감을 느끼고 결국엔 소통도 포기하고 만다.

하지만 속았어도, 포기했어도 아들과 남편을 진심으로 사랑하기는 했기 때문에 사건 이후로도 계속되는 삶을 무심하게 견딜 수가 없었다. 아마 마지막 장면처럼 행동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제이컵은 유죄일까? 소설은 확실하게는 말해주지 않고 끝나 버리지만, 나는 역시 제이컵은 유죄라고 생각한다…소설 속 사건은 두 건 다 제이컵이 범인이거나, 아니면 최소한 최후반부에 나오는 여행지에서의 ‘호프’ 만큼은 제이컵 짓이 맞다고 생각한다. (이름이 희망이라니 참 의미심장하다.)

여러가지로 예전에 인상깊게 읽었고 영화로도 본 ‘케빈에 대하여’ 가 생각난다. 심지어 극초반엔 좀처럼 끌리지 않았던 부분까지도 내겐 비슷(..) 하지만 초반부를 넘어서자 굉장히 몰입하게 되었는데, 평소 사이코패스라는 족속들의 심리에 대해서 많은 흥미를 가지고 있어 둘 다 매우 만족스러웠다.

‘제이컵을 위하여’와 ‘케빈에 대하여’- 번역판 한정, 제목조차도 어감이 비슷- 둘 다,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이는-아마도 사이코패스인- 십대 아들이 등장하고, 그에 대한 부모의 시련과 노력을 그리고 있고, 또 두 소년 다 살인 사건에 관련된다. (사건 스케일은 케빈 쪽이 비교할 수 없이 끔찍하게 크다)

케빈은 그래도 일종의 피해자이기도 하다는 암시가 있고, 가족의 파괴 끝에도 아주 작은 희망이 엿보이는 결말이었다면, 제이컵 쪽은 내내 상당히 애매모호한 모습을 보이며, 결국에는 가족의 파괴는 물론이고 그 희망조차도 완전히 말살시켜 버린다는 점이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꽤 통하는 부분이 있는 두 작품인 듯.

 

“Where Mommy n Daddy?” Blakie asked, turning his large eyes-now made even larger by his fears-on her. “Where Mommy n Daddy, Rachie?”

He sounds like he’s two again, Rachel thought, and for maybe the first time in her life, she felt something other than irritation (or, when extremely tried by his behavior, outright hate) for her baby brother. She didn’t think this new feeling was love. She thought it was something even bigger. Her mom hadn’t been able to say anything in the end, but if she’d had time, Rachel knew what it would have been: Take care of Blakie.

“엄마 아빠 어디?”  블래키가 커다란-지금은 공포에 질려 더욱 커다래진- 눈으로 누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엄마랑 아빠 어디, 레이치?”

다시 두 살짜리가 된 거 같네, 레이첼은 생각했고, 아마도 난생 처음으로, 어린 남동생에게 짜증 (또는 심하게 시달릴 때는, 완전 미움)외의 뭔가를 느꼈다. 그녀는 이 새로운 감정이 사랑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뭔가 그보다 훨씬 더 큰 것 같았다. 엄마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만, 하지만 만약 시간이 있었더라면, 레이첼은 엄마가 뭐라고 말했을지 알았다: 블래키를 부탁해.

– Mile 81

The Bazzaar of Bad Dreams-Stephen King 

오랜만에 읽기 시작한 드디어 스티븐 킹 옹의 책이다. 그 중 가장 첫 단편이었던 Mile 81. 킹의 다른 작품 중에 사악한 살인 자동차(..)가 나오는 이야기가 있는데 약간 그 생각이 나기도 했다. 다만 이쪽은 철저히 어린이들이 주역이라는 점이 다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