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이 곳에 석 달여만에 글을 쓰는 것 같은데, 올해의 첫 글이라니? 놀랍다…

작년 겨울은 이런저런 일로 매사에 참 의욕없는 상태였는데. 돌아보면 요 몇 년 중엔 최고로. 진짜 별 하는 일도 없이 빈둥대며 보냈다고 생각한다.(심지어 일도 거의 안함) 지금 생각하면 차라리 어디 다녀라도 올 것을 그랬나…

1. 비묘

IMG_20170318_1806549-01그리고 그래도 아직은 이르지 않은가 생각했지만…다시 그렇게 되었다.

역 근처를 지나가다 펫샵의 꼬물이들 속에서 혼자만 한참 커보이는 하얀 고양이 한 마리가 창 밖을 물끄러미 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나와 H와 눈이 마주치자 앞발을 모으고 발라당 누워 애교도 부렸는데…아묘가 없는 집의 허전함이 크게 느껴지던 때라 그랬는지 뭔지. 외면하지 못했다. 그래서 반 년이 넘도록 아무도 데려가지 않았던 그 고양이는 그 날 우리 집에 와서 비묘가 되었다.

아기 때부터 쭉 좁은 우리에 갇혀 단조롭게 살았을 텐데도 긍정적인 성격을 잃지 않았다. 낯선 집에 와서도 전혀 쫄지 않고 이리저리 뛰며 잘 노는 것을 보고, 좀 비관의 화신이자 쫄보..인 나는 감탄하면서 한편 내 삶의 태도를 조금은 반성하게 되더라…

IMG_20170320_1852419집에서 털을 깎아 보려다가 크게 실패한 모습… 표정도 안좋다.

(정말 솔직히. 한동안은 마치 아묘를 배신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고. 이젠 또 과연 얘는 무탈하게 오래 살 수 있을까 불안할 때가 있다… 하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생각하지 말라 했지. 부디 쭉 건강했으면)

2. 프리브

SAM_0999얼마 전 드디어 다시 블랙베리로, 한 두 물은 간 듯하지만 그래도 프리브로 바꿨다. 그 전에 사용하던 아임백은 나름대로 매력 있었고 딱히 불편도 없었지만…그냥 블랙베리 특유의 매력에-그 악명에도 불구하고- 끝내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SAM_0998키보드는 이렇게 슬라이드 아래에 숨어 있고, 그것이 바로 프리브의 가장 큰 특징이다. 사실 이런 형태는 정말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실물을 보니….😍

프리브는 블랙베리 OS가 아닌, 블베 냄새는 나도 안드로이드 폰이라 이전까지의 블베 폰에서 겪었던 앱 관련 불편은 전혀 없다. 그것만으로도 이전의 이쁜 쓰레기라는 악명을 어느 정도 덜었다…고 할 수 있을까? 화면 비율도 평범해서 넷플릭스도 아주 잘 이용 가능…당연한 거지만;

일상 사진을 찍게 될테니 카메라가 어떤지도 나름대로 중요했는데

IMG_20170320_1922192실내. 좀 어둡고 침침하다…

IMG_20170317_1835056저녁 때 바깥. 좀 어두움.

IMG_20170318_1417297대낮의 바깥…인데 저 비비드 모드인가는 쓰지 말아야겠다…☹

…뭐 프리브는 딱히 카메라가 좋다는 평을 듣는 것은 아니더라. 그건 뭐 블랙베리 폰들이 다 그렇지만(..) 그래도 기본 화질은 괜찮으니 후보정을 좀 한다면 충분히 일상 사진엔 무리 없을 듯 내 기준으론 만족…

3. 노트의 로망

20170219012918_1(감성 터지는 게임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Life is strange. 분위기가 이뻐서…모든 장면들이 몽롱한 필터를 통해 보는 듯한 그런 기분. 인물들도 10대 특유의 감수성, 치기(..)와 패기 등등을 유감없이 보여준다…누구나 한 번쯤은 있었을 순간?)

20170217233227_1그런데 게임을 진행할 수록 내용이 추가되는 맥스의 일기장도 참 기억에 남았던 게…(스샷은 이것 뿐이지만 훨씬 잘 꾸며진 페이지들이 많다) 스티커며 이것저것 붙이고, 직접 그린 일러스트를 곁들이며 하루하루 쓴 일기로 차차 채워져가는 맥스의 노트가 정말로 아기자기하다.

나도 그렇게 손으로 쓴 일기장을 가지고 싶어졌었다. 이미 나름 고가의 하드커버 일기장이 있지만 한 3년간 손에 꼽을 정도로만 썼다는 것은 함정…;

Uncharted_-The-Nathan-Drake-Collection™_20170316233734노트 하니까 언차티드 시리즈의 네이트도 노트를 알차게 썼었지 참(..) 네이트는 일기는 아니고 비행기표, 박물관 입장권, 사진이나 기사 스크랩 등등- 모험하면서 얻거나 접한 것들을 정리한 노트를 가지고 다닌다. (물론 그동안 만난 이성들의 이름과 연락처들도 꼼꼼히 써놓은 네이트..)

Uncharted_-The-Nathan-Drake-Collection™_20170316233940본 것들을 금방금방 스케치하는 것을 보면 그림도 잘 그리는가 본데. 늘 유물을 찾아 다니다 보니 보는 것들도 하나같이 영감을 자극할 법한 것들이 많은 것이다…

이런 걸 보면 역시 일상/여행 수첩같은 것이 하나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과거의 수많은 작은 쪽지 낙서들이나, 소소한 영화표라든가 입장권들 등등 나중엔 쓰레기 취급으로 버려진 것들이 한 곳에 잘 정리된 추억들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한편. 그렇게 추억들을 실물로 정리하고 그것들이 쌓여간다면. 그것으로 무엇을 할까, 과연 나는 뭘 하고 싶은걸까? 라는 생각을 하면… 갑자기 잘 모르겠다. 결국 나 혼자만의 만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