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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JUNE

일상과 그림 보관소

루머의 루머의 루머

해나는 내내 저렇게 울상이었지

도중에 다른 영화 얘기를 먼저 쓰긴 했지만, 요 얼마 사이 정말 재미있게 본 드라마는 따로 있었다…바로 비교적 최근에 올라온 넷플릭스 오리지널 ‘루머의 루머의 루머'(원제: 13 Reasons Why)였다.

원제에 맞춰 총 13화로 내놓았지만, 먼저 나온 소설 쪽이 저렇게 번역되서 국내 넷플릭스는 어쩔 수 없이 루머3연발로 가는  모양이다. 그게 안어울리고 아쉽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뭐 난 번역 제목도 드라마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함. 다만 쓰거나 부르기가 귀찮다(..)

진작부터 넷플릭스 메인에서 예상 점수를  꽉 채워 보이며(..) 나에게 ‘넌 이걸 아주 좋아할거야…’ 하고 유혹했지만…작년 몇  드라마들-The OA, 기묘한 이야기 등등-처럼 너무 폐인같이 쭉 달릴까 봐 참고 있었다. 그러다 H가 그거 재밌다더라는 이야길 했고, 함께 1화를 틀었고 그리고…금방 끝이 나고 말았다(..) 일단은 1시즌이라고 되어 있지만 원제도 그렇고, 테이프 13면이라는 주요 소재를 다 소진해서 아마 이걸로 완결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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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버전의 해나

그러고 나서 원작 소설이 따로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침 도서관에서 찾아보니 있어서 주말에 빌려왔고, 역시 단숨에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소설 쪽은 드라마보다 훨씬 더 간결하게, 말 그대로 테이프를 다 듣는다는 본론만 이야기한다. 아무래도 드라마 버전은 분량 문제 탓인지 소설에는 없는 설정이나 장면들이 많이 추가되어 있고, 덕분에 아무래도 드라마 쪽이 더욱 극적이고 생생하다.

어느 날 모범생 클레이에게 웬 카세트 테이프들이 든 상자가 배달된다. 그런데 테이프에 녹음된 목소리는 얼마전 자살한 학교 친구-이자 첫사랑-해나의 것이었다. 해나는 7개의 테이프에 걸쳐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간 아이들에 대해 털어놓는다.

해나의 테이프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다양한 타입의 10대들이다. 보통 흔히 보던 하이틴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잘나가고 거만한, 못된 아이들’만이 해나를 괴롭힌 것이 아니었다. 보통의 아이들과, 또 보통은 약자 포지션일 아이들 역시 해나에게는 훌륭한 가해자가 되었다.

시작은 해나가 엄청나게 헤프다는 헛소문. 그래도 몇 아이들과 한동안 친구가 되기도 하고, 남자애들에겐 금사빠(…)의 모습도 보여주지만, 처음의 소문 탓인지 일들이 하나하나 꼬여간다. 다들 해나를 스쳐가며 하나씩 상처를 남겨준다. 한 가지씩만 놓고 보면…어떤 것은 그저 작은 실수였거나 계산이었거나- 혹은 심술이었거나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들이 쌓이고 쌓이다 마지막 사건-다만 이건 진짜로 심각하다-으로 해나는 완전히 살아갈 의지를 상실하고 만 것이다.

(어쩌면 나도? 그동안 살아오면서 생각없이 던지고 온 한 두 마디 말이나 표정이나 행동들이 누군가에게는 영향을 주고… 나아가 작게나마 그 삶을 바꿔놓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무거운 생각을 하게 만든다. 마찬가지로 나 또한 그렇게 남들의 크고 작은 행동에 영향을 받아왔다고 생각하니.)

해나의 의도는 아마도 테이프를 들은 가해자들이 반성하고, 앞으로 조금은 달라진 삶을 살게 하는 것(과 클레이에게 뒤늦은 고백)이었던 것 같지만, 슬프게도 (특히 드라마에서는) 클레이를 제외하면 다들 오로지 자신들의 경력에 오점이 될 그 테이프를 은폐할 생각 뿐이었다. 열린 결말로 마무리되기 때문에 테이프가 완전히 한 바퀴 돌고난 후엔 어떤 식으로든 아이들과 학교가 조금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지만. 왜 난 세상의 때가 묻어 그런가 별로 달라지는 것이 없었을 것 같지…

1.
읽고/보다 보면 해나가 너무 나약한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다. 어쩜 저렇게 아이들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할까 싶을 수도 있고, 일일이 기대나 실망이 너무 큰 게 아닌가 싶을 수도 있다. 특히 드라마는, 다른 아이들이라고 마냥 완벽한 삶이 아니기도 하고, 간혹 소문에도 당당하기만 한 타입들이 보이기에 더 그렇다. 너만? 평생 학교 안에서만 살아갈 것도 아닌데, 딱 3년 후에 저들 중 몇이나 계속 주변에 남아 있겠냐, 라며. (적어도 최후반의 그 사건 전까지는 내 생각은 그랬다. 마침 테이프의 마지막 주인공이 꼭 그런 대사를 하는데… 해나에겐 치명적이었다. 나 역시 무심한 꼰대일까 싶어지는)

돌아보니 나도 그 때는 일상의 대부분이 학교와 친구였고.  과거에 쌓아올린 것들이 많은 것도 아니고 미래가 확실하게 그려지는 것도 아니었다. 온전히 혼자만의 인식으로 나를 단단하게 정의하기에는 애초에 모든 게 부족하고 불안했다. 그러니 학교 친구들의 인정이나 시선이 인생의 모든 것 같고, 그게 곧 진짜 나 그 자체인 것처럼 생각하게 되는 게 당연한 것이다… 뭔가 잘못되었다 싶어도 마음대로 그 곳에서 탈출하는 것도 쉽지 않다. 고작 몇 년이라고, 지나온 지금은 말하지만 그 때의 몇 년은 평생 수준으로 길고 끝이 안보였던 것도 같다.

가해자들 중 단 한 명만 해나를 다시 돌아봤더라도 뭔가가 달라질 수도 있었을까? 그건 잘 모르겠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사건들은 해나가 다소 과민했다고 쳐도 마지막의 사건과, 그에 대한 마지막 인물의 반응은 이미 지친 해나를 완전히 포기하게 만들기 정말 충분했다.

 


2.
토니. 그냥 오래된 차에 집착하는 취향, 정도로 간결한 원작에 비해 드라마의 토니는 진짜 너무 기묘한 인물로 나온다(…) 이건 대체 캐릭터들과 비슷한 또래가 맞나 싶어지고, 미스테리 애늙은이 같은 분위기와 행동 때문에 심각한 분위기 와중에도 얘만 나오면 웃으면서 봄…저 움짤을 가져온 사이트를 보니 토니에 주목했던 사람이 나 혼자는 아닌 모양(..)

내내 클레이가 왠지 필요로 할 것만 같은 순간이면 어디선가 나타나거나, 또는 이미 따라다니고 있다. 클레이가 반항(?)할 때마다 테이프를 다 듣도록 열심히 설득하고, 힘들어하면 달래주고(..) 알고 보면 그런 행각을 클레이 앞에 테이프를 들은 다른 아이들한테도 얼추 다 해왔다는 것인데… 자기 생활이란 건 포기한 거니!! 그래서인지 몰라도 다른 가해자들은 토니를 매우 찝찝해 하면서도 아무도 손대지 못한다.

왠지 웃음 포인트였지만 또래들보다 그 부모들하고 더 잘 지내는 것 같은 몇몇 장면들도 있다.(H 말론 그런 애들 진짜 있긴 있다고..) 그리고 완벽한 게이 커플이기까지. 한 마디로 드라마의 토니는 꽤 매력적이지만 비현실적인 캐릭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