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곧 아침

새벽에 일어나 컴 앞에 왔다가- 남녀 모두를 사랑하는(..)이라는 코멘트를 보고 생각이 났다.  물론 그분은 그냥 아주 가벼운 언급일 뿐이지만… 참 본의아니게 심즈 블로그 계기로 이것저것 생각하게 되는 것 같군. 어느새 그 블로그의 관리도…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아서일까?…

사람마다 다르긴 하고, 대체로 허구에 대해선 좀더 너그럽긴 하지만, 온라인 상에서는 저 캐릭터의 성향 관련으로 논쟁(?) 벌어지는 것도 봤고, 그림 sns 팔로워/꽤 인기 계정의 소유자였던 한 해외 아이는 저 캐릭터를 좋아한다고 썼다는 이유만으로-뭐? 그 게이? 이러면서 자기의 포비아 친구들한테 욕먹고, 그랬었다. 정말 대부분 사람들의 거부감은 굉장한 것 같기도 하다.
이 동네에서도 대다수 아이를 가진 젊은 부모들은 아이들이 본받을까 무섭다고 동성애 관련은 불법으로 둬야 한다며 뜨거웠었다- 뭐, 역시 그래서 소수라고 부르는 것이겠지만.

나는 소수자나 소수 취향에 대해서는 정말로 열려있는 입장이다. (정말로 타인에게 위험한 몇몇 취향은 물론 제외하고) 라고 생각한다.

물론 허구에 열광하는 팬덤은 아니고 그런 컨텐츠는 아직은 전혀 안 본다…현실에서 그들을 봐도 보기 아무렇지 않았으며, 그냥 그들 알아서 행복하게 살겠지 생각하는 편이다. 나 자체는 아주 노말인데… 그 오픈 마인드가 또 거룩한 존중에서 나온 것은 아니고, 그냥 역시 기본적으로 거의 모든 것에 편견이 부족(?)하고 그저 백지 같은 걸 지향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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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여학교에 다녔다. 고등학교 때 반 친구의 고백을 받은 일이 있다.

그 나이 때는 뭐 그런 일들이 적지 않다- 고 난 생각한다.
적어도 여자애들 사이에선 그런 것 같다. 특히 여학교라면. 마치 우정과 사랑의 경계에서 아슬아슬 줄타기하듯, 친하고 싶은 친구를 놓고 깜짝 놀랄 만한 질투의 상황들이 벌어지는 걸 자주 봤으니까. 난 나대로 이제와 생각하니 유독 선망했던 친구가 있었고. 뭐 난 기본적으로 반에서 이상한 애였지만, 그래도 내게도 좀 태도가 묘했거나 왠지 굳이 손편지를 자주 주거나- 그런 친구들이 꽤 몇 있었다.

언제나 행인 1에 가까운 정말 눈에 안띄는 외모로 생각하지만, 그땐 왠지 가끔 잘생겼다느니 섹시하다느니(뭣??) 말하는 애들이 있었고, 늘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데, 또 왠지 방황하는 듯 반항적 태도ㅋㅋ(난 무단 결석/이탈이 잦았다) 그런 것치고는 또 성적이 좋아서- 그런 행태(?)들이…지금 와서 생각하면 차암 웃기고 창피하지만, 아무튼 그게 특히 몇 성실한 친구들에겐 비현실적이고 가상의 캐릭터 같다든지 그랬을 수도 있겠구나.

그래도 저 친구는 달랐던 게- 그런 미묘한 우정이 아니라, 어쨌든 확실한 고백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게 진짜 그 친구의 성 지향인지, 그저 내가 가진-것처럼 보이는-것들을 자기가 원해서였는지 뭔지 지금도 확실히는 알지 못한다. 아무튼 처음에는 단짝 비슷하게 되었었고, 얼마 안가 일이 그렇게 된 것이다.

나는 거절을 했었지만 사실 불쾌하다거나 이질적이다 등등 경험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그런 기분은 분명 아니었고, ‘어, 그렇구나. 고맙지만 난 너한테 그런 기분 전혀 아닌데?’에 가까웠음. 결국 어느 날엔가는 사람없는 골목에서 기습 키스를 해왔다. 너무 기습적이라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역시 그때도 특별히 싫거나 이상하거나 등등…사람들이 이야기하던 것 같지는 않았다. 음 타인의 입술이란 참 부드럽구나. 하고 놀랐던 것 같고. 하지만 그쪽으로 내게 취향이 있음을 확실히 깨달은 것도 아니다. 그냥 내게 편견이란 그때부터 이상할 정도로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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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건 그것과 상관없는 의식의 흐름

그 친구와는 그 후로 별 말 없이 베프로- 계속 가깝게 지냈다…아니, 그냥 사귄 것일지도? 그 친구가 준 모든 것들- 흠. 키스, 굉장한 질투심, 그 후 약 2년간의 꽤 과도한 챙김 포함 등등을 다 그냥 받아들였으니까. 하지만 역시 나는 그래도… 같은 마음이 아니었다. 이기적이었지만, 그땐 그랬다.

아니, 오히려 좀 억울하다고 생각했다. 그 친구는 겉으로는 매우 성실하고 조숙한 이미지의 모범생이었으니까, 대체로 다른 친구들은 사이코같은ㅋ 내가 이 친구를 꼬드긴(?)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친구가 나의 다른 친구들을 질투한다며 반의 모두가 보는 앞에서 울어도, 언제나 뒤에서 뭔가 이상하다는 얘기를 듣는 것은 나였으니까.

아무튼 그런 그 친구의 사랑(?)도- 역시, 학구열이 강한 대한민국이니! 고교 생활 막바지의 경쟁심으로 인해 끝이 났다. 다른 모든 건 다 괜찮았어도, 상당히 노력파인 그 친구 보기엔 노력이 없다시피 했던 내가- 마지막까지 자기보다 수능 성적이 좋았던 것…그 친구는 그것만큼은 용서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음. 마치 만화의 한 장면처럼 기억이 난다. 그 친구는 역시 반의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나를 마구 때리고, 책상이며 의자 등을 내동댕이치고, 바닥에 주저앉아서 오열했다. 자기만, 나 때문에 공부가 안되어서 수능을 망친 거라고 했었다. 나는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고…그 날 이후 친구는 얼마 안남은 졸업까지 내 적으로 돌변해서 모두에게 나를 디스했었지. 나만 더 이상한 사이코라는 수군거림은 덤이었다.

(음 내가 생각해도 좀 미웠을 것 같기는 하지만…

그때 나는 그림에 너무 빠지기도 했고, 공부란 걸 정말이지 하지 않았지만 특히 언어는 늘 최고였는데…그래도 어쩌겠는가? 그땐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_= 짜증나겠지만 확실히 수면 아래서는 열심히 물장구치고 수면에선 고요한 물새라든가…뭐 그런 건 정말로 아니고 되지도 못한다.

어릴 때 너무나 멋대로여서 유치원도 쫓겨나 두군데 다니고 했는데 알고보니 지능이 높았다는 모양이다…뭐 대단한 천재 수준까진 아니었지만, 그래서 엄마의 기대가 더 커졌었다. 역시 노력이 부족해서겠지만 결코 최고는 되지 못하나, 노력을 이해 못하는 몇 분야들이 있긴 했다. 많이 어릴 때는, 남들도 다 똑같은 줄 알고 당연한 듯 눈치없이 말하거나 한 적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 어떤 성과들을 어렵진 않았다고 실수로라도 말하면, 노력이 그들 눈에 없는 듯 보였다면. 짜증난다며, 시샘을 이끌어낸다는 것을 친구 몇 잃어보고서야 알게 되었고, 아마 미움받지 않으려고- 더 어벙하게 굴어 보기도 했었다. -어쩌면 그 또한 일코의 일부…였을지도 모르지만, 당연히 그래도 어색함 느끼는 사람들이 늘 있긴 하고…무엇보다 아무튼 특유의 불성실만큼은 감출 수가 없는 듯. 결국 부적응자 기믹. +내가 혹시 조금이라도 부러워할 것 같은 요소들은 깎아내리거나 운이라고 말하고, 경쟁/충돌을 극도로 피했던 이상한 마인드는 그렇게 살아오면서 생긴 걸지도 모른다. 

H와는 이런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는데 역시 매우 재수가 없다며 때려주고 싶다고는 한다. ㅋㅋ 그래도… 그런 것이, 반드시 뭔가 보편적인 엘리트 코스나 성공을 확정짓는 것은 아니라는 점. 당시 내게 재수없다 말하고, 때론 공격했던 그런 친구들이 혹시 지금의 날 보면 조금은, 위안이 될지도)

아무튼 그 후, 그 친구의 그런 마음도 모두가 흩어져 대학으로 가고 나자 다소간 옅어졌었는지?

한 3년인가 후에 그 친구가 내게 다시 메일로인가, 연락을 해왔었다. 많은 생각이 들며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고 내가 궁금하다 했다. 하지만 나는 안 궁금했고 할 이야기 없었다. 사실은, 내가 갔던 대학- 고등학교 동창들이 과에 몇 있었고- 아마도 특히 그 친구로 인한, 나에 대한 소문들이 조금도 거기까지 따라오지 않았다고, 난 좋은 동기들을 만났지만, 대학은 넓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피해 본 것 아주 전혀 없었다고 말 못하겠으니 좀 화도 나고. 나는 그냥 대답하지 않았다.

흠, 그 친구 지금은 어떻게 사나 모르겠다. …아니, 사실 별로 안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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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넌 그래서 여혐이라고? 그래서 남혐이라고? 힘들었어… 그러디 마라 친구얔ㅋㅋ…상관없는 얘기란다. 이젠 가만 있어도 자꾸 링크들 보내줘서 나 힘들어. 그래, 인정한다고. 하지만 꼭 그렇게도 매순간 생각해야 할 정체성이란 게, 우리에게 성별 말고는 없는 것처럼 행동하니? 나 그냥 인간을 사랑해서 안된다는 거니? ㅋㅋ 어쩌면 인종차별도…인종 말고는 뚜렷한 자기 중심이 없다 생각한 불안한 사람들 때문에 더 깊어졌던 건 아닐까?(…) 역사가 그래왔듯이 세상은 아마 가장 적절한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다. 모든 게 점점 빨라지니까 예상보단 빠를지도 모른다. 단 역시 올해하고 내년이 칼로 자른 듯 딱 다르다든가 그렇게는 역시 아니지… 물론 수년 전에 그랬듯이 어느샌가 갑자기들 식어서 관심을 돌릴 거다. 그건 더 별로긴 한데 암튼.

뜨겁게 생각하는 것도 좋아, 여전히 문제들이 있음을 내가 보기엔 거의 모두가 알기는 하더라. 그래도 그 생각에만 휩쓸려서 맹목적으로 되지는 마라. 적당히 좀. 만약에 어떻게 당장 딴 세상이 온다 쳐도 그땐 정말로 우리의 삶이 모든 문제들이 다 해결되고 행복해져 있을까?

궁극적으로 진짜로 원하는 건 무엇일까? 아마 사실은- 무엇보다도 자신이 행복해지는 것, 불안하지 않게 되는 것일 거다. 하지만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실은 언제나 불안하고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보다 꽤 여럿이 그런 것 같기도 해. 지금 탓하고 원망할 대상이, 이 슬프고 팍팍한 세상에서 나는 깨어있다는, 뭔가를 위해 싸우고 있다는- 그런 확신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