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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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H가 찍어준 사진. 아묘 생전의 마지막 사진이 되었다.  지금 와서 이 사진을 보니 차츰 푸석해져 간 것도 같은데 미처 몰랐는가 싶다. 미안하고 미안하다. 언젠가 날씨 좋은 날에 이 곳 산에라도. 이제 자유롭게 지내도록 뿌려줄까 이야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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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문 닫은 꽃집의 크리스마스 기분.  버스 끊긴 늦은 밤에 걸어오던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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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비장해 보이는 모 볶음짬뽕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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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깔끔한 찹쌀 탕수육. 마침(?) 탄핵 이야기가 나오던 날이었다. 양도 깔끔해…사진은 밍밍해(?)

…아무래도 높은 곳에 열린 사과를 쉽게 따줘서 반한 게 컸..

오래 전에…한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극초반쯤? 당시 TV에서 나오던 어느 해외 채널을 통해 우연히 접했었다. 사실 당시에는 제목도 몰랐고 읽을 수도 없었고 자막 같은 것도 없으므로 스토리 파악도 거의 되지 않는 가운데 무작정 챙겨 봤지만…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꽤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었는데. 일단 남주인공이 언제나 소리없이 손동작으로만 소통하는 모습 때문이었다. (여주인공이 수화를 하는 청각장애인인 경우는 찾아보면 꽤 많지만 상대적으로 남주인공이 그런 경우는 드문 편이기도 하다)

사실 그간은 잊어버리고 살다가 요전에 개봉한 ‘목소리의 형태’를 보고 그래 이것도 있었지. 하고 다시 생각이 났다. 뭐, 이젠 금방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니 검색을 해봤다. 무려 95년작이었고 ‘사랑한다고 말해줘’ 라는 제목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시 보니 이래저래 올드함이 굉장하지만, 스타 극본가의 작품이었고, 꽤 인기 있었다고 하고… 특히 남주인공을 맡았던 토요카와 에츠시는 이 드라마 하나로 당시 일본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었다고 한다. 이 사람이 지금은 뭘하고 있나 찾아봤더니 일본 침몰에서도 나왔던 모양. 어쩐지 그 교수인가 박사인가가 혼자 기럭지가 심상찮다고 느낀 기억이 나긴 한다.  물론 지금은 완전히 중년이 된 것 같다.. 현재의 모습도 나름대로 멋지긴 하지만, 이럴 땐 새삼 시간의 흐름이란 게 참 슬프다(..)

이것은 노트북이 아니다…워드프로세서…와프로….

좀 딱딱해 보이기도 하는 이 남주인공,사카키 코지는 7살때 청력을 잃었고, 31살쯤 된 드라마의 시점에서는 주목받는 신예 화가.  다만 자신의 그림보다는 유년시절의 상처와 장애같은 개인사가 더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부분도 있고, 본인도 그에 대해 썩 기분 좋지는 않은 듯. 이런 캐릭터들이 흔히 그렇듯이 코지도 다소 마음을 닫은 상태로 지내고 있었지만…발랄한-그리고 열 살이나 어린-햇병아리 연극배우인 여주인공을 만나면서 조금씩 변하게 된다.

이런 스토리라인을 그 당시엔 전혀. 잘 몰랐지만, 아무튼 나는 이 남주인공을 꽤 오랫동안 기억했고, 수화에도 관심을 가졌었으며, 심지어 당시의 이상형도 이 분 때문에 바뀌고 말았었는데. (…) 헐렁한 상의와 바지, 쪼리가 잘 어울리는-나는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분위기를 팍팍 풍기는! 호소력 짙은 눈매를 가진! 뭐 그런 남자분이 실제로 존재했으면 하고 바랐었다 크크…

그만큼 이 드라마는 오직 사카키 코지-토요카와 에츠시만을 위한 드라마라고 생각해도 무방.  장신에 호리호리한 체형, 반듯하지만 좀 슬퍼 보이는 표정, 수화를 그야말로 아름답게 구사하는 그 손이라든지…심지어 대인배에 알고 보면 몹시 자상하기까지. 과묵함 말고는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캐릭터였다. 그렇게 다른 배우들 다 제치고 혼자서만 강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으니…

드라마의 내용 자체는 역시 과거 있고 그늘 있는 남주인공과 그를 이해하고픈 청순한 여주인공의 달달하면서도 시련어린 연애담으로, 남주인공의 특수함을 제외하고 보면 그리 막 독특한 편은 아니다. 달달한 장면들이 마구 펼쳐지기를 기대한다면- 라이벌들의 방해가 많아서인지 주인공들의 성격 탓인지 사실 고통받는 장면들이 더 많다고 볼 수 있고. 둘의 시련은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더 심해질 뿐이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공감할 만한 부분들도 있고 귀엽고 예쁜 장면들도 있다. 지금같은 폰이 없던 시절이라 오로지 공중전화와 집전화, 팩스, 그리고 무작정 달려서 찾아가기와 앞에서 기다리기…로 관계를 쌓아가는 모습들이 애틋하기도 하다. 그 수많은 엇갈림과 기다림들이 현재라면 그냥 ‘어디야’  톡 한 줄이면 아주 간단히 해결될 것들이 대부분이라 새삼 시대의 변화를 느낌(..)

잘 알지 못했던 청각장애인들의 생활상이나 심정에 대해 조금이나마 생각해 볼 만한 장면들도 소소하게 들어가 있다. 팩스가 오거나 물이 끓으면 사이렌? 경광등..으로 알리는 장치라든지. 소리를 듣지 못하는 남주인공의 주의를 끌기 위해서는 주변에 열쇠나 신발을 던져야 한다거나(..)  사람들의 편견어린 시선들, 여주인공도 함께 청각장애인으로 여겨질까 그 시선을 걱정하는 남주인공의 모습 등등.

아무튼…마냥 추억 보정은 아니었구나 느끼게 된 추억의 드라마였다. 다시 찾고 좀더 잘 알게 되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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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의 여성 캐릭터들은 대부분 좀 집착스럽거나 요상했던 것 같지만. 스토킹하는 얄미운 동생이며 흐느적 질척거리는 전여친이라든지…그래도 여주인공 미즈노 히로코 (토키와 다카코)의 짜증스러움이 독보적이다.

가끔 지나치게 푼수같은 발랄함은 뭐 그 시절의 트렌드(?)였으려니 하고 넘어가더라도, 뒤로 갈 수록 의심병이 깊어져 가는데, 그걸 대놓고 말도 못하다가 갑자기 터뜨려서 코지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 그 모습이 참…

히로코는 과연 정말로 코지의 장애나 그로 인한 복잡한 과거사 등등을 다 끌어안을 각오를 했던 것은 맞는 건가? 그렇다기엔 순간순간 기분이 상할 때마다, 마치 일부러 가장 아픈 곳을 노리는 듯한 말들을 너무 쉽게  내뱉어 버리니. (ex: 음악을 함께 들을 수 없으니 별로다, 수화하는 것 피곤하다 등등..-_-) 그냥 순간의 호기심이나 열정은 아니었나 싶어질 정도였다.

거기에 히로코, 켄짱에게 너무 잔인한 것 아닌가. 받아줄 맘 없다면서, 코지와의 사이에 무슨 안좋은 일만 생기면 기다렸다는 듯이 그에게 쪼르르 달려가 상담하고 의지한 다음,상황이 좋아지면 얼른 다시 떠나는  것. 그런 희망고문을 너무 자주 한다(..)…그러다 최후반부에는 본인의 자포자기를 이유로 켄짱과 막장을 저질러서 최대이자 최후의 희망고문으로 마무리하는데. 현실에서도 그 나이쯤이 진짜 불안정할 때가 있고 (나도 그랬고) 바라는 바가 다른 상대여도 나는 친구로 계속 곁에 두고픈 마음 같은  것, 정말 잘 알지만…이렇게 보면 참 이기적인 것이다…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 내내 원망 한 번 없이 받아주고 웃어주고…그러다 보내주는;  켄짱은 보살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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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구글